우리가 매일 태양을 바라보는 아침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자연의 약속입니다. 해가 뜨고 지는 리듬에 따라 하루를 나누고, 삶의 흐름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만약 태양의 수명이 끝나게 된다면, 우리의 시간과 생활, 제도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이번 글에서는 태양이 더 이상 뜨지 않는 그날을 상상해서 인간 사회에 생기는 변화들을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1. 태양이 없는 세계, 시간이 무너지는 날
지금이 몇 시 인지를 묻는 말은 우리가 세상과 연결되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사람들은 태양을 근거로 한 시계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해가 뜨면 하루가 시작되고, 해가 지면 밤이 찾아온다는 이 자연스러운 주기는 단지 하늘의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사는 사회의 리듬을 만든 기초였습니다. 하지만 태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순간부터 우리는 아침이라는 기본적인 개념 자체를 잃게 될 것입니다. 창밖을 바라봐도 더 이상 밝아지지 않는 하늘과 그 속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는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는 신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시간은 여전히 흐르지만, 아침이라는 이름을 붙일 근거가 사라지게 되고, 일상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달라지고, 밤에 일하고 낮에 쉬는 과거의 리듬을 완전히 잊게 될지도 모릅니다. 시차라는 개념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모두가 자신의 느낌만을 따라서 살게 될 것입니다. 학교는 수업 시간을 정하는 게 어려워지고, 출근과 퇴근의 기준도 흐려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시간을 약속하는 것도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태양의 존재가 정해주던 하루의 경계가 사라지게 되면,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같은 기준으로 "지금"을 공유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하루는 존재하지만 그 속의 "순서"는 사라지게 되는 셈입니다. 해가 사라진 아침은 단순히 어두움을 넘어서, 삶의 구조와 사회적인 약속들이 무너지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태양이라는 존재에 기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2. 법도 멈추는 마지막 24시간, 특별한 제도의 실험
태양의 마지막 날이 공식적으로 예고되는 날이 온다면, 인간 사회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국가와 기업, 가정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마지막 하루를 맞이할지 궁금해집니다. 어쩌면 뉴스에서는 24시간이 남은 하루동안 특별한 제도가 생기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범죄와 처벌에 대한 기준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마지막 날에 저지른 일은 과연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걸까요? 아마도 내일이 없다면, 형벌도 의미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하루짜리 특별법을 만들어, 그날만큼은 모든 범죄를 무효 처리하거나 반대로 더욱 강력히 금지할 수도 있습니다. 단 하루의 사회적인 혼란을 막기 위한 법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시도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누구도 다음 달의 급여나 다음 연도의 연금을 기대하지 않게 될 그날에는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마 많은 정부들은 모든 국민에게 마지막 하루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말기 환자들이 원하는 대로 지낼 수 있도록 마지막 하루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각 가정에는 여러 가지 공공요금을 자동적으로 제외시키는 정책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결혼이나 이혼 같은 법적인 절차도 모두 간편하게 바뀌거나, 그날 하루만큼은 모든 선택이 자유롭게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마지막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혼인신고를 하거나,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가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하루라는 시간 안에 담을 수 있는 감정의 무게는 생각보다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즉, 마지막 하루는 단순한 감정의 날이기보다는 24시간 동안 특별한 제도가 생기는 하나의 사회 실험장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을 앞두고 우리가 만들어낼 법과 제도는, 그동안 우리가 지켜온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줄 것입니다.
3. 해가 사라진 이후, 어둠 속 마음의 기억
해가 사라졌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단번에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술이 남아 있다면 인공 태양이나 인공조명 등으로 한동안은 어둠을 밀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연이 주던 따뜻함과 그 안에 깃들어있는 정서적인 안정감은 기계로는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양이 꺼진 후에도 남아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기록"일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제도를 선택하고 만들었는지를 담은 기록들과 많은 디지털 기록, 일기나 영상 같은 것들이 마지막까지 증거로서 남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해가 사라진 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더 많은 말들을 남기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사랑하고 미안하다는 말, 그리고 잊지 말라는 당부까지. 이와 동시에,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복지 제도의 흔적도 남아있을 것입니다. 태양이 없는 것을 떠나서 인간이 누군가를 돕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작지만 필요한 물건을 준다거나 배고픔을 나눠준 도시락 한 개도 복지라는 흔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누군가의 곁에 머물러주고, 전기와 빛이 꺼진 후에도 이어지는 손길, 말없이 건네는 따뜻한 체온이야말로 가장 오래 남게 되는 인간다운 복지일지도 모릅니다. 해가 없어져도 모든 것들이 사라지지는 않은 그날이 정말 온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인간은 여전히 따뜻함을 꿈꾸고,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위해서 존재하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