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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층수 순서도 제도일까?? (0층, 기피 , 위계)

by blah457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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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버튼 관련 사진
엘리베이터 버튼

 

 

우리가 매일같이 이용하는 일상생활의 엘리베이터는 특별할 것 없이 버튼을 누르고, 도착한 층에서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심코 1층부터 시작해 고층으로 올라가며, 숫자가 지닌 의미를 별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0층은 보이지 않고, 어떤 숫자는 사라져 있으며, 위로 갈수록 더 가치가 부여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엘리베이터라는 일상의 구조 속에 숨어 있는 숫자의 질서, 그리고 그 질서가 만들어낸 사회적인 인식과 구조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없는 숫자의 존재, 0층의 부재가 말하는 것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의 층수를 보게 되면 대부분 1층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처음"은 0이지만, 현실에서는 0층이라는 개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건물에서는 0층 대신 "지하 1층"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하고, 아예 1층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만들게 되었을까요? 그 시작은 단순한 기술적인 설계에서 비롯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 무언가 더 깊은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숫자에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0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거나 비어 있는 공간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런 공허함이 주는 불안감 때문에, 0층은 종종 회피하는 숫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상가나 아파트처럼 경제적인 가치가 직접적으로 연결된 공간에서는 "0"이라는 숫자가 주는 이미지가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건물에서는 0층을 처음부터 배제하거나 다른 이름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또한 엘리베이터 자체가 1층부터 출발하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역시 기술의 편의를 위해서 시작된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0이라는 숫자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층인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처음보다 시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0이라는 숫자는 "시작하기 전의 상태"라는 특이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층을 보지 않으면서도, 어딘가에는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0층의 부재는 단순한 번호 하나가 빠진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거나 피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사회적인 인식의 영향일 수 있습니다.

 

2. 숫자를 지운 사회, 4층과 13층을 기피하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숫자 버튼을 유심히 보게 되면, 4층의 표시가 없는 건물도 많습니다. 3층 다음에 5층이 바로 나오거나 그 자리에 "3A"나 "F"라는 표기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13층이 빠진 건물도 많이 있는데, 이것은 단순한 설계상의 편의 때문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숫자에 가지고 있는 감정과 믿음이 만들어낸 문화이자, 비공식적인 제도입니다. 4라는 숫자는 특히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가 좋지 않은 의미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병원이나 요양원, 아파트 등에서는 4층이라는 숫자를 아예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어떤 엘리베이터에는 "4"라는 버튼 자체가 사라져 있기도 합니다. 숫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심리가 그만큼 설계에 반영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서양에서는 13이라는 숫자가 불길하게 여겨지는 문화가 있어서 자주 사라지고 있습니다. 호텔이나 고층 건물에서는 12층 다음에 바로 14층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숫자가 없는 그 공간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층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특정한 숫자에 감정과 믿음을 담아 그것을 피하거나 숨기고 있습니다. 설계자는 사람들의 감정을 고려해서 설계를 바꾸고, 그 바뀐 구조는 다시 사람들의 믿음을 더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기피대상이나 취향을 넘어서서, 사회 전체가 받아들인 하나의 암묵적인 약속처럼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숫자가 가지는 힘은 단순한 표기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사라진 숫자는 어쩌면 사라진 감정과 말하지 못하는 두려움, 숨기고 싶은 상징의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3. 높을수록 멀어지는 삶, 엘리베이터가 만든 위계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생긴 이후에 더 높은 곳에 쉽게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계단을 올라야 했기 때문에 고층은 불편하고 인기가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건물 구조를 바꾸게 되면서, 고층은 점점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펜트하우스처럼 높은 곳일수록 더 비싼 집이 되는 현상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풍경 차이의 문제가 전부가 아닌 것은 엘리베이터가 고도를 무력화시킨 동시에 고도를 "선택이 가능한 계급"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버튼 하나로 30층에 오를 수는 있지만, 누구나 그곳에 살 수 없는 구조에서 층수는 단순한 위치의 정보가 아니라 사회적인 높이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1층에서 30층까지 버튼이 나열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무의식 중에 숫자를 통해 상대적인 위치를 파악합니다. 같은 건물의 누군가는 10층에 살고, 누군가는 25층에 산다는 것은 똑같은 관리과 같은 전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동 안에서도 서로 다른 위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엘리베이터가 만든 새로운 계층 구조인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건물에서는 고층 거주자를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가 운영되기도 합니다. 저층을 거치지 않고 바로 상층부로 연결되는 구조로 더 빠르고 조용히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시스템은 물리적인 편의성을 넘어서 사생활과 격차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그 열림은 공평하지 않는 우리 사회 전체를 설명하는 하나의 축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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