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대부분 도시나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은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여러 가지의 행정들과 제도, 기술이 뒷받침되는 환경 속에서 실현됩니다. 그러나 아마존처럼 지리적으로 고립된 공간에서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대한 열대우림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국가의 시스템과 인터넷, 때로는 지도조차도 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은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복지가 닿을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1. 디지털 접근이 끊긴 숲, 아마존이라는 지도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드넓은 생태계를 품고 있으면서도, 가장 기술적인 혜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이기도 합니다. 나무로 뒤덮인 빽빽한 숲은 위성 신호조차 제대로 수신이 되지 않아 일반적인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이 흔합니다. 이곳에서는 지도 앱도, 위치 기반 서비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그로 인해 공공 의료나 행정 서비스 같은 기본적인 제공조차 받기 힘든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곳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생존의 위기와 복지가 단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부분은 의료 정보 조회나 행정 서비스 신청, 긴급 구조 요청 등의 인터넷 접속과 위치 인식이 가능한 환경을 전제로 설계되는 디지털 기반의 복지 체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깊은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그 조건들과 제외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집 주소조차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마을들이 많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들도 흔합니다. 그 결과,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제도권 안의 복지에서 철저히 제외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미접속자는 단순히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현대의 복지 시스템 전체와 연결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는 아마존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이들의 건강과 교육, 권리, 심지어 생명까지도 연결되지 않고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은 기술의 혜택이 특정 지역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줍니다. 복지가 일반적이어야 한다면, 먼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그 출발점이 아마존 같은 공간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지도에만 존재하는 국경, 한 지붕 아래 두 나라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브라질과 페루, 콜롬비아, 그리고 볼리비아까지 여러 국가의 경계에 걸쳐 있는 거대한 생태 공간입니다. 그러나 이 경계는 지도로 보면 뚜렷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흐름으로 이 경계가 애매모호할지도 모릅니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왕래하면서 살아가는 마을들이 있으며, 한 가족이 브라질 국적과 페루 국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연은 경계를 나누지 않았지만, 복지 제도는 철저하게 국적과 소속을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행정적인 경계선이 삶의 조건들을 인위적으로 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마을에 살더라도 어떤 이는 페루의 공공 의료만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브라질의 교육 지원을 신청할 수도 없습니다. 하물며, 출생신고가 두 나라 중 어디에도 등록되지 않은 아이는 아예 양쪽 모두에서 배제되기도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물리적으로는 하나의 공동체지만, 법적으로는 분리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복지가 국가의 권한을 넘지 못하는 벽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아마존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더 자주 나타납니다. 국경 근처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국경을 넘지만, 복지 체계는 그것을 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필요한 복지는 한 국가의 제도 안에서만 논의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경의 범위를 벗어난 협약과 공동의 복지 시스템, 또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기본 권리를 인정하는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지는 방법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인간 중심의 행정적인 질서가 자연의 흐름과 얼마나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공간이며, 복지를 새롭게 설계할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3. 풍요 속 빈곤, 식수 복지 실험
아마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넘실거리는 강과 풍부한 물의 양일 것입니다. 세계 최대의 강우량을 자랑하고, 지구 담수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이곳에서 물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문득 떠올려봐도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아마존 지역의 수많은 주민들이 당장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질 오염과 위생적인 부분, 정수하는 시스템 부족이 반복되면서, 이들은 풍요 속에서 목이 마른 상태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비록, 강은 가까이에 있지만, 벌목과 광산 개발, 농약 사용, 산업 폐수 등이 강을 따라 흘러들어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안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설사병이나 피부병을 앓는 경우가 많고, 심할 경우 생명을 잃기도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입 생수를 살 수 있는 형편도 아니어서, 눈앞에 넘치는 물을 두고도 정작 식수로는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을 이용한 정수 시스템과 간편하게 사용 가능한 정수소, 빗물을 저장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등을 활용해 새로운 물 복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기부가 아닌, 주민들 스스로가 관리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물이 있다고 해서 복지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접근 가능이 용이하면서 안전하고,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형태의 자원이 되었을 때 복지가 기능합니다. 아마존의 현실은 물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조차 제도적인 설계 없이는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