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입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갑자기 땅이 꺼지는 현상은 뉴스나 다른 매체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지만, 실제 그 안에 사람이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여전히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경우라고 해도 그 이후의 삶은 결코 예전과는 같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정리하고 살아가려는 현실이 충분한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싱크홀 생존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복지와 그들이 겪는 현실이 어떤지에 대해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1. 싱크홀과 함께 사라진 시간, 내 기억을 구조하다
싱크홀 사고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예고 없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평범하게 걷고 있던 도로가 갑자기 꺼지고, 순식간에 땅 밑으로 떨어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그 상황 속에 내가 있었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셨나요? 내가 사라졌던 그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우연히 누군가가 나의 실종을 인식하고 도움을 요청했을까요? 이러한 의문은 단지 감상적인 상상이 아니라, 재난을 대비하는 복지의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구조가 이루어지느냐는 생존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특히 싱크홀과 같은 일상의 갑작스러운 사고에서는 주변의 인식과 대처가 빠른 신고, 구조활동의 반응 속도가 핵심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CCTV 사각지대에 있거나,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의 사고 현장이라면 구조 요청 자체가 지연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누군가를 기억해 주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지 구조 시스템의 효율성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 구조 요청이 얼마나 빠르게 접수되고 실행되는지를 점검하고 검토해야 합니다. 즉각적인 사고 현장의 대응이 가능하도록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긴급한 알림이 울리는 기술 도입과 시민들의 참여로 재난을 감지할 수 있는 체계가 현실화된다면, 사라진 시간 속에서도 누군가는 나를 기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체계가 단순히 기술을 넘어, 사회의 온기가 되는 복지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2. 생존자의 정체성, 내면의 심리 회복
싱크홀 사고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예전의 본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똑같은 일상을 마주하고 변함없는 생활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마음속에는 사고 이전과 다른 감정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해 고립된 공간에서 혼자 남게 된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 공포의 기억은 살아남은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불현듯 떠오를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감정의 변화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사고를 겪은 당사자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마음속에서는 자신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외출이 두려워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매일 지나던 도로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려 해도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입을 다물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들이 생기게 되면, 생존자가 사고 이전의 삶으로 억지로 돌아가게 하기보다는 사고 이후의 새로운 감정과 경험을 존중하며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정체성 복지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심리적인 상담을 넘어서, 생존자가 새로운 자아를 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 생존자의 사고현장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술치유 프로그램과 생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소규모 모임, 그리고 전문적인 정신 건강 회복 과정을 받을 수 있는 심리 치료 제도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자 스스로가 바뀌게 된 나 자신도 괜찮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몸은 돌아왔지만 마음은 아직 사고의 구멍 속에 남아 있다면, 그것은 온전한 복귀가 아닙니다. 그 마음까지 함께 끌어올려 줄 복지가 바로 우리가 앞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일 것입니다.
3. 지하로 추락한 미래, 잃어버린 시간의 보상
사고는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회복은 느리게 이루어지게 됩니다. 싱크홀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에게 시간은 전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흘러갈 것입니다. 사고 당일 병원으로 실려가며 계획했던 약속이 깨지고, 그다음 날은 출근하지 못하며 일상의 생활들이 중단됩니다. 이렇듯 사고는 단순히 물리적인 상처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준비해 오던 앞으로의 미래마저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치료비와 입원비, 생계비용과 같은 현재의 상태에만 복지를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사고로 인해 끊어져버린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나아가고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한 편입니다.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던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거나, 겨우 마련한 신혼집 계약서를 들고 있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미래에 대한 손해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개인에게는 가장 큰 아픔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사고로 인해 잃어버린 시간과 기회를 보상하는 "시간 복지" 제도가 있다면 어떨까요? 단순히 병에 대한 보상이나 실업급여를 넘어, 생존자가 다시 자신의 인생 계획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맞춤형 지원 제도 말입니다. 예를 들어, 복학이나 취업이 미뤄진 사람에게는 계획의 시작을 위한 컨설팅과 경제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사고 당시에 놓친 중요한 기회를 기록하고 보완할 수 있는 "삶 회복 캘린더" 같은 서비스가 있다면 조금 더 따뜻한 복지가 가능할 것입니다. 결국 복지란, 사고 이전으로 억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사고 이후에도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지하로 추락한 것이 단지 내 몸이 아니라 "내 인생의 시간"이었다면, 사회는 그 시간을 함께 회복하고 도와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