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어렵거나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가 바로 복지입니다. 그동안의 방식은 신청서를 제출하면 신청자격을 심사받고, 그에 따라 지원을 받는 행정적인 방식의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만약 복지가 우리의 몸속, 그것도 "이식된 화폐"와 연결된다면 어떨까요? 요즘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복지 지급도 디지털 방식의 화폐로 점점 더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화폐가 스마트폰이나 카드가 아닌, 아예 몸속에 이식된다면? 상상만 해도 낯설고, 궁금해지는 미래의 모습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상상을 바탕으로, 몸속에 이식된 디지털 화폐가 사회복지와 만나게 될 세 가지 상황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현재도 이 상상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기술들이 미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이 삶의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시대의 복지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까요?
1. 신체 이식형 디지털 화폐, 자산화 시대의 기준
만약 사람의 몸이 자산으로 평가를 받는 시대가 온다면, 복지의 기준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몸에 이식된 디지털 화폐가 개인의 생체 정보와 연결되어 있다면, 복지 혜택도 그 신체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심장을 유지하면 기본급여가 오르고, 정기적인 운동을 하면 추가 혜택이 제공되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조용히 작동하는 차별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복지가 제공된다면, 반대로 몸이 약한 사람은 점점 혜택에서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들은 단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신체 조건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복지는 사회의 약자를 보듬어주는 제도인데, 이식형 화폐 시대에는 오히려 "건강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을 불리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시험을 잘 본 학생만을 위한 교육처럼, 건강한 사람만이 인정받는 복지 제도는 그 자체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식된 칩의 성능이나 연결된 분석 기술에 따라 복지 혜택이 달라진다면, 기술적인 격차가 또 다른 빈부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값비싼 칩을 이식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정밀하게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기초적인 서비스에만 머물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복지를 "몸값"으로 환산하는 방식은 기술 발전과는 다르게 사회적인 논의와 철학적인 기준이 반드시 함께 따라와야 할 문제입니다. 단순히 효율과 성과만을 따지는 순간, 복지는 보호가 아닌 평가의 수단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내 몸에 로그인, 실시간 감시의 딜레마
몸속에 이식된 디지털 화폐가 국가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면, 복지는 매우 정교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하루동안의 걸음 수와 식사량, 체온과 스트레스 지수 등이 실시간으로 분석되고, 그 정보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는 구조는 확실히 편리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수치가 기준치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건강식 쿠폰이 지급되고, 우울감의 지수가 높아지면 심리적인 상담의 서비스가 배정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일일이 신청서를 내거나 줄을 설 필요 없이 복지가 내 몸에 맞춰 알아서 주어지는 시대는 누구나 바라는 미래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실시간으로 연결 가능한 국가나 복지 기관이 내 몸속 정보를 상황에 따라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감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지 개인의 도움을 위한 확인이라고 하기에는 그 정보의 범위와 깊이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나의 식습관과 수면 습관, 활동 범위와 감정의 상태까지 모두 공유된다면, 복지는 어느새 개인의 삶을 평가하고 조정하는 장치로 바뀔 수 있습니다. 특정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이 제한되거나, 반대로 모범적인 수급자에게만 추가적인 지원이 주어진다면, 복지는 더 이상 평등한 제도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이 이 기준을 수치로 환산하고, 행동을 분석해 조절하려고 한다면, 사람들은 혜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삶을 관리당하게 되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기술이 주는 효과와 편리함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선택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편리함 뒤에 숨겨진 통제의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을 때, 우리는 진짜 사람 중심의 복지를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해킹당하는 몸, 시스템의 취약성
디지털 기술이 몸속으로 들어온 디지털 기술은 그만큼의 새로운 위험도 함께 따라올 수 있습니다. 이식된 화폐 칩이 해킹되거나 고장이 난다면, 단순한 기기의 오류를 넘어서 일상생활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사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칩이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않아 복지 수당이 지급되지 않거나, 병원 예약 시스템이 멈추게 된다면, 그 피해는 상당히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책임을 지고,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입니다. 이전까지는 복지의 수급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면 행정기관에 문의하거나 서류를 다시 제출해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식형 화폐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칩을 해킹당한 당사자가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기도 어렵고, 시스템의 오류를 증명할 때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취약한 계층일수록 이런 기술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삶을 지켜주는 제도가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면, 그건 올바른 방향이라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술의 편리함은 반드시 제도적인 안전장치와 함께 구축되어야 합니다. 만약 시스템적인 오류나 해킹으로 인해 복지 혜택에 차질이 생겨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이식형 디지털 화폐 시대의 복지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를 넘어, 그 기술이 실패했을 때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진짜 복지는 언제나 불안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제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